1.
'나는 그와 헤어질 이유가 없어.'라는 단호한 선언에 사람들이 '왜'라고 되물어 왔다.
'그의 모든 것을 이해 할 수 있게 된 게 아닐까 싶어.'
아마도, 나는 그렇게 된 것 같다.
사람들은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말한다. 옛날의 나는 그 말에 절대 동의하지 못했다. 서로를 믿는다면 마음은 절대 멀어질리 없다고 생각했다. 최근까지도 이 말을 그에게 했었다.
'내가 너를 믿고 네가 나를 믿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2.
어제까지만 해도 나는 그렇게 된 것 같았다. 하지만, 하지만 말이다. 오늘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몸이 멀어진 그 때 그 사이의 그를, 더 이상 내가 모르게 된 그를 나는 이해할 수 있을까? 이렇게 이해의 범위를 점점 벗어나다 보면 나는 어쩌면 그를 더 이상 못 믿을 것만 같다.
이런 상황마저 이해하게 된다는 것은 '포기'의 순간이 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더 이상 이해하고 싶지 않다.
'그의 모든 것을 이해 할 수 있게 된 게 아닐까 싶어.'
이 말은 오늘부로 취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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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stralia Goldcoast. 늘 둥실하고 들뜬 태양 덕분에 서핑의 천국, 신혼여행지로 유명한 곳입니다. 이런 곳에서 휴식이 아닌 일상을 보내고 있는 저는 가끔 위로가 필요합니다. 지끈지끈한 구름, 새차게 발길질을 하는 소낙비, 숨을 곳 한켠을 쉬이 내어주는 안개, 힘차게 소리쳐주는 천둥이 보고 싶습니다. 늘 한결같은 표정으로 건네는 위로는 늘 한결같이 위로가 되진 않거든요. 요 며칠동안 밤 사이에만 소낙비가 내리더니 오늘은 아침부터 지끈지끈한 구름이 떴습니다. 세상도 나와 같은 무게를 지니고 있다는 그 위로. 오랜만에 크게 숨을 들이켜 봅니다. 찬 공기 내음. 언제나 여름일 것만 같던 이곳에도 가을이 오고 있습니다.
/ To 병도
/ 2011년 3월 5일의 세 줄짜리(를 부탁받았지만 다섯 줄짜리) 일기, 지구별 여행자들의 일기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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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에서 가리키는 시간은 11시 47분. 하지만 지금 여기 현지 시간은 12시 47분이다. 호주로 오면서 노트북 시간을 바꾸지 않았다. 미련한 고집이겠지만 시계를 다 바꿔 버리면 두고온 서툰 그리움들이 뒤틀리는 것만 같았다. 이제 그것은 내 것이 아니라 스스로 절교를 선언해 버리는 것만 같았다. 돌아가 농익고 결국에는 썩어버리는 순간까지 지켜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탓에 노트북 시간을 보고 종종 시간을 착각할 때가 있다. 오늘도 그랬다. 하지만 이내 12시 47분이라는 것을 알곤 나는 참 게을러 졌다. 11시 47분일 때에는 아직 나에게 많은 시간이 주어진 것 같아 배가 불렀다. 아직 오늘이 시작조차 안한 듯 하여 설랬다. 하지만 12시 47분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에는 벌써 하루가 다 간 것 같아 스스로 한심하고 게으른 인간으로 낙인을 찍었다. 고작 1시간 차이일 뿐인데 나는 다른 사람이 되었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다. 며칠동안 밤에 천둥, 번개 그리고 소낙비가 내려 술렁이게 하더니 희뿌연 구름이 아픈 머리처럼 지끈지끈 떠 있다. 새카맣던 바다도 사납지만 빛을 띄고 있다. 이제 다시 쨍 해지려나 보다.
/ 05-03-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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